개드립 - 내조의 여왕을 꿈꾸는 그녀 ( http://www.dogdrip.net/77792436) // 서울여자
예전 친구들을 만나고온 그녀는 오늘 기분이 몹시 좋지 않다.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하며 남편 험담도 하며 웃고 떠들다가.
조용히 있던 한 아이가 꺼낸
"우리 남편은 별로 맘에 안드는거 없이 다 괜찮아 ㅎ"
라는 말이 시작이었다.
묘한 긴장감을 뒤로 한채 남편 흉만 보는 속물로 보이는 것이 싫어
양념을 버무린 남편자랑을 에둘러, 급한 쪽지 대본으로 급하게 너도나도 읊조린다
좀 전보다는 한껏 괜찮아진 분위기다.
한바탕 남편의 괜찮은 점을 말하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들고 자신이 대견스러웠지만
이내 집에 도착하자 짜증이 솟구쳐 밀려온다.
조용히 한마디 했던 그년. 예전 대학교 시절에 나보다 못하던 애다.
남편 잘만나서 얼굴폈으면 됐지 말하는 꼴이 나를 꼭 무시하는것만 같다.
발표도 내가 더 잘했고 학교에서 내가 더 인기있었지만.
남자하나와의 결혼이라는 계약하나로 인해 삶의 가치수준이 이렇게 달라진다는것에
몹시 분하고 세상의 여성에 대한 인식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내 치마가랑이를 붙잡고 징징짜던 꼴뚜기와 결혼한 탓을 해보지만
능력없는 꼴뚜기를 잘못고른것이라는 자신의 실수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녀는 오늘부터 큰 결심을 한다. 내조의 여왕. 평강공주가 되어
능력없는 꼴뚜기 남편을 이세상에서 뛰어난 인재로 바꾸리라 맘먹는다.
남편 퇴근 3시간전.
작은 식탁위 그녀의 수첩에는 남편이 개선되어야할, 고쳐야할 항록들로 검게 물들어간다.
꼴뚜기의 귀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진정됐던 짜증이 횡경막에 모이는것이 느껴진다.
"우리자기 나 기다렸어용~"
하며 들러붙는 꼴뚜기가 말투까지 짜증이 난다. 남의 담배냄새에 짜증이 확 솟구쳐
꼴뚜기를 밀어내며
"오빠 우리 얘기좀 해"
식탁에 앉은 부부는 새로운 마일스톤이 정의되고 있었다.
"담배 끊는다며. 왜 안끊어??"
그것은 순전히 모두 꼴뚜기의 몫이었다.
꼴뚜기가 앞으로 개선하여야 할. 앞으로 고쳐가야 할 것들이다.
꼴뚜기는 피곤하고 그냥 사정이나 하고 쉬고싶다는 생각에
그래그래 알았어 오빠가 잘할께 라는 말로 그녀에게 달려들지만
이내 가로 막힌다.
이제 그녀에게는 잠자리 또한 하나의 새로운 보상시스템 중의 하나로 바뀌었다.
오늘부터 꼴뚜기는 자신이 개선해야 할 항목들을 성실히 수행하여야만
용돈을 포함한 여러가지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작이 열리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평강공주 신드롬의 시작이었다.
남편을 하나하나 개조해서 친구의 그년보다 더 뛰어난 남편을 만들리라 확신했다.
넌 처음부터 좋은걸 골랐지만 난 능력없는 꼴뚜기를 준마로 탈바꿈 시킬것이다.
훨씬 드라마틱 할 것이다.
담배를 포함한 여러가지 수행들을 꼴뚜기는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었다.
스트레스는 쌓이고 있었지만 인간의 개선점을 개선해 나가는것은 나름 괜찮은것 같다고
되뇌이며 회사에서 달라진것 같다는 말에 꼴뚜기 스스로도 대견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꼴뚜기가 나아지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나아지지 않는 자신과 끊겨버린 보상에 꼴뚜기도 짜증이 솓구친다.
식탁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
을의 입장인 꼴뚜기의 한탄이 밀려오지만 그녀는 노력하지 않는 꼴뚜기가 원망스럽다.
30년 넘게 살아온 삶의 관성이 쉽게 바뀌지 않는 다는 절망이 그녀를 더욱 어둡게 했다.
그녀 자신은 이런 못난 꼴뚜기와 하루 하루 사는것 자체가 크나큰 노력이고 삶의 처절한 전투라 느꼈지만
이 못난 꼴뚜기는 별것아닌 몇가지 개선사항 조차 나아지지 않음에 크게 낙심한다.
허들을 낮춘다. 몇가지 개선사항중 제일 쉬워보이는 항목하나로 줄이고 약속을 다짐받으며
둘은 오랜만의 보상의 밤을 보낸다.
두달후.
꼴뚜기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제 그녀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꼴뚜기는 꼴뚜기일 뿐임을 확인 할 뿐이다.
이제 꼴뚜기를 개선시키는 꿈은 크게 좌절되고 절망한다.
기분이 다운되고 몸이 점점 무거워진다.
2일째 설겆이거리가 밀려있는데도 꼴뚜기는 쳐다보지도 않음에 화가나지만
이젠 상관없다 몸이 더 무거울 뿐이다.
친정엄마의 전화를 받지 않았더니 엄마가 찾아왔다.
그냥 울음이 터진다.
세상이 너무 슬프고 역겹고 더럽고 치사하고 쓸쓸하다.
한참을 내려 울고 나니 엄마가 불쌍하다. 쓰레기 같은 아버지랑 살아오신
엄마.. 엄마같은 삶을 살지 않으려 했는데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터진다.
엄마는 이상함을 느꼈는지 그녀를 데려간다.
임신이다.
진료소에서 활짝웃으며 안아주는 엄마의 체온을 느끼며 새로운 무언가가 느껴진다.
떨린다.
꼴뚜기에게 전화를 했다.
꼴뚜기는 흥분한 목소리로 앞으로 자신이 잘하겠다 노력하겠다. 따위의
노비계약을 구두로 자청하였다.
소파에 앉은 그녀는 새로움이 떠오른다. 30년의 삶의 관성을 이기지 못한 꼴뚜기는 이제 그녀에게 안중에 없어졌다.
이제 그녀는 크고 긴 20년을 넘게 바라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결심한다.
처음부터다... 처음부터 내가 하는것이다. 성공적을 확신한다.
불어터진 꼴뚜기가 양손에 족발을 들고 웃으며 현관에 들어온다.
이 장대한 프로젝트에 꼴뚜기는 양분이 될 것이다.
"내가 김연아 엄마가 되지 말란 법 있어??"
그녀의 평강공주 신드롬 2막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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