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인/일상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말도 안돼는 망상.

얼마전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인해 한명의 무고한 시민이 살해당했다.


살해당한 시민은 여성이다. 


가해자는 정신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다.


평소 같았으면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이 무고한 사람을 한명 죽인 사건이라 생각할 일이었다.


물론 묻지마 범죄같은 경우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기에 사회에 공포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행위라


가볍게 여길일은 아니지만 경찰 치안을 강화하는 등 조치가 취해지고 몇 년 세월이 흘러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에서


2016년 05월에 이런 이런 사건이 있었다 하고 언급하는 정도의 경중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묻지마 살인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이 이건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해도 아무리 주장해도,


가해자가 여성에게 무시당했다는 점을 이유로 범행을 실행했다는 말과


실제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근거로 이는 여성 혐오 범죄다 라고 특정 집단이 주장해서 말이다.



강남역에서 발생한 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포스트 잇으로 가득하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서울 시장은 이번 사건을 잊지 않기위해 기억보존도 하시겠단다.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씨도 트위터에 뭐라 한마디 잘못 적었다가 몰매를 맞고


페이스북에는 나는 잠재적 가해자라고 고백하는 상황이다. 릴레이를 하자고 권하는건 덤이다.



나는 살면서 사건이 발생하면, (어떤 형태이든 간에)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이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의 의견과 원인을 제공하게 된 주체가 뭔지 고민하고


사건을 교훈삼아 미래에는 동일한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언론은 이를 정리하여 보도하는 과정이


핵심 줄기가 되고, 기타 피해자에 대한 추모, 사건에 대한 기타 상식, 내 몸을 지키는 호신법 등등


기타 이야기가 곁가지처럼 존재하고 이 자체가 사회의 기능으로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지금을 보면 일단 이 사건에 대해 주제를 세우는 것을 골자로 하여 사건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


하나하나를 다시 주제삼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다.


물론 위에서 말한 과정 또한 이루어지고 있겠지만 지금은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벌어지는 현상과 행동들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 정도다.



나는 여기서 이번 사건을 통해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해 본다.


인터넷 커뮤니티, 지식인, 언론, 일반 시민이 주인공이 되어


행사 주최라던가, 이를 보도하는 언론, 성별 갈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익명 제보 커뮤니티의 한마디,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잘 설계되고 꾸며진 연극,


아니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MMORPG에서 서버 전체적으로 내려진 글로벌 이벤트를 수행하는 것 같다.


xx 커뮤니티는 강남역 10번 출구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라.


oo 커뮤니티는 갈등을 유발시켜라.


지식인은 그에 반박하라.


특정 인물들은 추모하라.


특정 인물은 특정 일을 하라.


실제로는 그런건 아닐테지만 위 이벤트를 수행하고 난 사람들의 행동들은


모두 재미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한다.


희생자에 대한 추모 후 사진을 찍고 난 희생자에 대해 이만큼 슬프다라고 표현하는 일도,


성별 갈등을 조장하고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마찰을 확산시키는 행동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타인에게 전파시키는 것도,


복장을 착용하여 현장에 나서서 발생하는 일들을 보고하는 것도,


현장의 분위기가 이렇다는 것을 알려주는 글을 적는 일도,


시작할때 마음이야 어떻든 결국 해보니 뭔가 재밌으니까 계속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높은 관심에 따라서 사건이 점점 커지고, 커진 만큼 더 많은 논란들을 낳게 되고


다시 사람들은 그 이슈를 다루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고. 또 다른 사건을 낳고.


마치 전염병처럼 번지고 번져서 모든 사람들이 사건에 대해 한번 이상 재미를 느낀 후에야


아 이제 질린다 하고 버리고. 사회는 다시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고.


좋다는건 아니지만 결국 이렇게 모두가 재미를 보게 되면서 다음에 비슷한 사건이 또 있으면


아 이거 저번에 갖고 놀았으니까 이젠 재미 없어 하고 관심이 비교적 덜해져서 사건 해결에 집중하게 되고.


또 새로운 사건이 터졌는데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것이라 다시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위해 다가오고


또 반복되고... 그런식의 상상이 쌓다 보니 이번 사건에 대해


초월적 존재가 지루한 헬조선에 장난감 하나를 던져준 것이 아닐까?


라는 망상을 이상한 잡소리들로 길게 늘여보았다.